시 방

저수지의 겨울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2. 13. 09:25

 

 

 

 

 

 

 

저수지의 겨울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가슴께는

이 겨울동안 늘 시린채 남아

그 언저리를 물오리가 휘젖는다

산 그림자는 날마다 잛아지고

층층으로 드러나는 지난 여름 호수의 줄기 뼈

산자락에 기댄 흔적이 말갛다

켜켜이 쌓인 자리

이 겨울에야 볼 수 있다

이 겨울쯤에야 만져볼 수 있다

 

물이 다시 차오르는 봄이 올 때까지

가끔 철새들 날개짓으로

드러난 자리를 채우고

발부리 채이는 돌을 지나

뱃길 훤히 드러난 길을 걸으면

호수로 가는 길은

가슴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화천 파로호의 어느 자락에서

'시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못에 연꽃은 지고  (0) 2011.12.17
배후령에서  (0) 2011.12.16
동종의 표면  (0) 2011.11.29
담벽을 오르는 담쟁이덩굴은   (0) 2011.11.21
그리운 유배지--외박  (0) 201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