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태풍이 지나는 길에서 만나는 바람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8. 7. 23:01

 

 

 

 

태풍이 지나는 길에서 만나는 바람

 

 

 

제주도를 지난 태풍이 어느 새

서해를 타고 올랐다고 한다

억세게 비가 내리고

끝모를 바람이 육백년된 팽나무도 꺽어내리고

바람지나는 길

비바람을 함께 몰고와서

마구 부려놓고 지나간 자리

그 길에는 낮고 낮은 톱니들이 날카롭다

태풍이 지나는 길에서 먼 곳

바람은 아직 창문으로 들어와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착한 몸짓

멀리 있는 곳에서의 바람은

더위를 식혀주는 착한 바람

이제 태풍이 점점 가까와지면

그 바람의 갈기 점차 거세어지고

창문이 세차게 흔들리고 더러는

창을 깨트리면서 울부짖기도 하겠지

너무 가까이 오지 않는다면

바람이 너무 울부짖지만 않는다면

이 무더운 여름밤도 그저

잠시 흔들리는 아픔이려니 하겠지

태풍의 눈에 들어가면

바람도 없고 바람은 눈도 감고

오로지 흔들리면서 몸부림만 있겠지

바람이 자꾸 거칠어지고

그 갈기를 흔들면서 오는 저 바람

밤은 자꾸 태풍 근처로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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