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는 길에서 만나는 바람
제주도를 지난 태풍이 어느 새
서해를 타고 올랐다고 한다
억세게 비가 내리고
끝모를 바람이 육백년된 팽나무도 꺽어내리고
바람지나는 길
비바람을 함께 몰고와서
마구 부려놓고 지나간 자리
그 길에는 낮고 낮은 톱니들이 날카롭다
태풍이 지나는 길에서 먼 곳
바람은 아직 창문으로 들어와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착한 몸짓
멀리 있는 곳에서의 바람은
더위를 식혀주는 착한 바람
이제 태풍이 점점 가까와지면
그 바람의 갈기 점차 거세어지고
창문이 세차게 흔들리고 더러는
창을 깨트리면서 울부짖기도 하겠지
너무 가까이 오지 않는다면
바람이 너무 울부짖지만 않는다면
이 무더운 여름밤도 그저
잠시 흔들리는 아픔이려니 하겠지
태풍의 눈에 들어가면
바람도 없고 바람은 눈도 감고
오로지 흔들리면서 몸부림만 있겠지
바람이 자꾸 거칠어지고
그 갈기를 흔들면서 오는 저 바람
밤은 자꾸 태풍 근처로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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