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물 위를 걸어가며 발자욱을 내면서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8. 3. 12:36

 

 

 

 

 

 

 

 

 

 

 

 

 

물위를 걸어가며 발자욱을 내면서


물위를 걸어가면서 발자욱을 낸다
몸에 힘을 주어 깊게도 찍어보고
발로 쿵쿵 바닥을 울리며
마음껏 눌려본다
물위에 남는 발자욱은 잠시
발모양으로 남았다가 이내 사라진다
물들은 다시 엉키면서 소용돌이를 친다
산다는 것은 물위를 걷는 것일까
물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사이
그 찰라
발자욱이 남긴 형상으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물위를 뛰어가면서
발자욱을 내어본다
그 강 바닥
어린시절 무수히 남긴 발자욱은 없었다
어디에도 그 흔적은 없었다
물이 흐르는 강변
발자욱을 기억하는 나무 한 그루
홀로 자라고 있었다

'시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풍이 지나는 길에서 만나는 바람  (0) 2011.08.07
물총놀이  (0) 2011.08.07
허공에 나무 뿌리를 내리고  (0) 2011.08.02
전자불봉을 마구 흔들다  (0) 2011.08.02
아버지의 문  (0) 201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