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전자불봉을 마구 흔들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8. 2. 07:26

 

 

 

 

 

 

 

 

 

 

 

전자불봉을 마구 흔들다

 

 

 

작은 그 창고방 연극실은

좁아서 오히려 가까워졌다

몸집 큰 사람의 엉덩이는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도 하는

좁고 낮은 판떼기 의자

줄지어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자리

번호표가 주어진 탓으로

멀리 가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자릴 잡아야 하였지만

시작은 왜 그리 뜸을 들이던지

여자 하나가 나와

안내 겸 시작을 알리고

그녀는 곧 배우가 되었다

작은 나무의자가 소품으로 몇 번 쓰이고

벽에 그려둔 작은 길은

젊은 여자의 곡예같은 길이 되었다

그녀는 한 발을 바닥에 붙이고

왼발로 그 벽 길을 걸었다

 

중국제 불전기 방망이가 돌려지고

그는 2천원을 받아갔다

모자속에 동전을 뒤집어쓰면서

그 돈은 먼 아프리카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를 돕는단다

어둠속에서 드디어 불방망이가 흔들렸다

불은 넥타이가 되고

불은 방망이가 되고

불은 흔들릴때마다 길이 되었다

길과 길이 어우러져서

아프리카로 가는 길이 되었다

빛은 길위에서 흔들릴때마다

또 다른 희망의 길을 밝혀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