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곤장을 맞을때 저 자리에 엎드려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7. 31. 23:27

 

 

 

 

 

 

 

곤장을 맞을때 저 자리에 엎드려

 

 

 

무언가 잘못을 하면

저 자리에 묶여 곤장을 맞았답니다

오래전 시대는 말이지요

지금은 저런 일이 없지만

어쩌면 십자가 형태는

사람이 큰 댓자로 눕거나 엎드리기에

가장 알맞는 모양입니다

생긴게 바로 고난의 길로 이끄는

형리나 옥리의 팔소매 펄럭임같아

쇳바람소리같은 게 들리지 않나요

저기 곤장대에 눕히고 일어서면

십자가를 짊어진 형국이지요

그 시대는 법보다

 인간의 말이 바로 곤장이 되었지요

올바른 인간성으로 잦대를 들이대고

그래도 곤장 몇 십대로 죄를 벌했다는 건

얼마나 깔끔한지 모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말 없음으로도 더 큰 고통을 주고

말같지 않는 말로 괴로움을 주기도 하는

이 시대의 아픔보다야

한 순간 양심을 버린 다음 오는 고통을

그렇게 모진 충격으로 털어낼 수 있다면

더 큰 야량이 되겠지요

 

곤장 몇 대를 맞고

침묵을 깨트릴 수 있다면 기꺼이

곤장을 달게 받을 것이외다

침묵이 더 큰 아픔이 된다는 것을

그대가 안다면 말이지요

쓸쓸함이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그대가 깨닫는다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