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장을 맞을때 저 자리에 엎드려
무언가 잘못을 하면
저 자리에 묶여 곤장을 맞았답니다
오래전 시대는 말이지요
지금은 저런 일이 없지만
어쩌면 십자가 형태는
사람이 큰 댓자로 눕거나 엎드리기에
가장 알맞는 모양입니다
생긴게 바로 고난의 길로 이끄는
형리나 옥리의 팔소매 펄럭임같아
쇳바람소리같은 게 들리지 않나요
저기 곤장대에 눕히고 일어서면
십자가를 짊어진 형국이지요
그 시대는 법보다
인간의 말이 바로 곤장이 되었지요
올바른 인간성으로 잦대를 들이대고
그래도 곤장 몇 십대로 죄를 벌했다는 건
얼마나 깔끔한지 모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말 없음으로도 더 큰 고통을 주고
말같지 않는 말로 괴로움을 주기도 하는
이 시대의 아픔보다야
한 순간 양심을 버린 다음 오는 고통을
그렇게 모진 충격으로 털어낼 수 있다면
더 큰 야량이 되겠지요
곤장 몇 대를 맞고
침묵을 깨트릴 수 있다면 기꺼이
곤장을 달게 받을 것이외다
침묵이 더 큰 아픔이 된다는 것을
그대가 안다면 말이지요
쓸쓸함이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그대가 깨닫는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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