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저련 미류나무가 있네요
빈 신작노에 미류나무만 줄을 서서
길 가는 동무가 되었지요
간혹 고장난 고물 트럭
운전수는 차 앞에서 힘겹게 크랭클 돌리지만
시동꺼진 차는 감감 무소식
미류나무 그늘에 주저 앉아 쉬어보는 동안
햇살에 반짝이는 신작노
매미 몇 마리 울어대기 시작했지요
아마 국민학교 2학년이었던가
미류나무 줄 선 고개를 지나면
간혹 굽이진 고개를 오르던 달구지
그 구루마에 올라 덜컹거리면
등에 맨 책보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
양철 필통 속 몽당 연필 한 자루
지금도 저련 미류나무 있을까요
신작노는 몇 번이나 넓어지고
굽이진 길은 곧게 뚫려
매미 울던 미류나무 자욱한 잎새
먼지 묻어 도톰한 잎
바람에 팔랑거리며 소곤대던
그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 강가에서 다시
그 오랜 추억을 만납니다
그 미류나무 한 쌍을 다시 만납니다
참 오래 잊고 살았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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