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돌면서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하다
한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의 남산을 어떠하였을까?
그 시절은 일본을 두고 생각할 수 없다
한성에는 일본 천지였다
그 시절은 가도 터는 남고
땅은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지
1900년 초의 한성엔 퇴계로가 없었다
남산에는 일본의 신사인 신궁이 있었고
남산을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면 거기 지금의 분수대 근처 자리에
신궁이 버티고 서 있었다
지금의 충무로는 일본인의 집단 거주지 였으며
그 기세를 제압하기 위해 불멸의 명장인 이순신을 기리는 이름을 붙였다
을지로는 당시 서울에는 일본 뿐 아니라 청의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이를 제압하기 위해 을지문덕 장군의 기개를 이어
을지로라 명명하였다
우선 명동 YMCA근처를 지나면서 이시형 일가의 집터를 만났다
그 생가터 부근에 지금도 선 우람한 고목
빌딩들이 높게 서 있는 사이에서
아직도 그 기개를 드러내고 있다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하여 문학의집 가는 방향이라는 땅바닥 표시를 따라
길을 따르면 문학의 집 바로 전에서 좌측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거기서 우람한 느티나무 보호수를 길 양옆에서 만난다
그 나무를 지나 바로 나타나는 건 통감관저터
2011년, 조선이 일본에 합병되었던 시간 이후
100년이 지난 날 그 자리에 돌 하나를 세웠다
잊지 말자는 의미로 그리 크지 않는 돌 하나를 세운 것이다
그리고 리라 학교와 숭의대학 옆에 있는 신사 자리
다시 올라 한양공원 자리
조선신궁 터를 지나
숭례문 방향으로 나왔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았는데
환구단까지 가는 길은 이후로 남겼다
일본 공사 였던 임권조의 동상이 있던 자리 였으나 동상은 사라지고 그 동상에 함께한
비석 4개의 판이 보호수 옆 그늘에서 의자처럼 누워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향나무
그 시절의 일들을 기억하면서도 침묵하고 있는지
바람에 가끔 가지를 흔들뿐이다
조선총독부가 있던 자리에는 드리마센터와 애니메이션 센터가 들어섰고
등나무 등꽃만 가득한 가운데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만 가득하다
김익상 의사가 총독부에 폭탄을 던졌다
그 자리에 잊지 말라고 작은 비가 이렇게 하나 서 있다
리라학교 운동장을 지나면 신사자리가 있다
러일전쟁에서 패한 일본의 노기장군을 기리는 신사 자리
그 신사를 들어가기 전에 우선 손을 씻으라는 곳이다
지금도 그 대리석 물통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신사 입구에 서 있던 석등의 모습
석등을 땅으로 박아 탁자로 활용하고 있다
무심한 저 탁자는 그 날의 일들을 기억하는지?
신사가 있던 자리
일본이 패망하고 나자 가장 먼저 한 일이
거기 새겨진 이름을 지우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공적을 오래오래 남기기 위해 돌에 새겼지만
일본이 패망하자 바로 정으로 그 새겨진 이름을 지웠다고 한다
시대를 현명하게 처세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장 우선적인 일이 아니었겠는가
도시의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는 저 길
힐튼 호텔에서 나와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
숭레문에서 직선으로 하여 남산 오르는 길
그 사거리
그 계단길은 조선신궁으로 가는 길 이었다
지금은 그 길이 안중근 의사 기념관으로 가는 길이지만
숭의학교에서 육교를 건너 가는 길에 잠시서서
아래를 보면
저기 바로 드리마센터 자리
애니매이션 센터 자리는 바로 총독부 청사가 있던 자리
한양공원의 편액은 고종황제의 친필이다
남산길을 오르다 보면 길 우편에 서 있다
6.25전쟁통에 총탄을 맞았는지 비석이 일부 깨어져 있다
비석의 뒷편에는 당시 공적이 있던 사람들의 이름이 뺴곡한데
정으로 쪼아 지워버려 이름은 알 수 없다
직장인들이 일부는 도시락을 싸서 저 분수대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일부는 이미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그 자리가 신궁의 자리 였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 걷고 있는 자리가 신사의 자리였다면
시대는 이미 100년 전으로 흘러가고
지금의 우리들은 무심히 그 자리를 걷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는가
남산 주변에 작은 돌들로 남은 그 아픔의 자리
그 빈터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심히 걸을 것이 아니라
그 아픈 역사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과
힘을 가진자 만이 누릴 수 있었던 역사를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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