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새들의 발자국들만 남아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2. 11. 18:03

 

 새들의 발자국들만 남아
서 정 문


 나무 어깨위로 새소리


발자국으로 남는다


가지끝에 매달린


수런대는 소리 들린다


나무의 어깨는 늘 한쪽이 쳐진다


새의 몸무게를 지탱하는 


꺽이지 않으려는 나무


온 힘을 어깨에 둔다


나무가지 하나 


새가 발을 디딜때를 기다려


어깨를 곳추 세운다


겨우내 버티어낸 반질해진 껍질


나뭇잎이 진 자리 


새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오돌토돌한 가지에 하나씩 움을 틔운다


발자국에 움돋는 소리


나무의 어깨가 수런거리는 소리


지탱해온 시간과 지난 자리


발자국 선명한 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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