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갯벌 1

지도에도 없는 길 2010. 12. 21. 19:43

 

 

 

갯벌에서

 

물빠진 진흙 둔덕에 머무는

바람이 나 였음 하였다

저기 바다로도 불어가고

머문 갈매기의 날개 아래 머물면서

눈 감고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

안개 흐린 날은

아득한 겨울 나무의 가지 아래 다닥 붙어

두꺼워지는 줄기의 소리를 들으면서

부르지 못한 노래를 읊조려 보고 싶다

잊기에는 더 시간이 필요한가

정박해 있는 작은 배의 깃대를 슬쩍 스치면서

털어내지 못한 앙금을 털어내 본다

아니 저 진흙의 둔덕에 파묻혀

온 몸에 덕지덕지 끈적한 흙을 칠하여

흔적없이 떠난 시간을 되짚어 볼까

마른 갈대의 깃털에 앉아 있는

보이지 않는 어둠

물이 들어오지 않은 물골을 스치며

머문 자리를 헤집는다

갯벌에 질척이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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