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서
물빠진 진흙 둔덕에 머무는
바람이 나 였음 하였다
저기 바다로도 불어가고
머문 갈매기의 날개 아래 머물면서
눈 감고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
안개 흐린 날은
아득한 겨울 나무의 가지 아래 다닥 붙어
두꺼워지는 줄기의 소리를 들으면서
부르지 못한 노래를 읊조려 보고 싶다
잊기에는 더 시간이 필요한가
정박해 있는 작은 배의 깃대를 슬쩍 스치면서
털어내지 못한 앙금을 털어내 본다
아니 저 진흙의 둔덕에 파묻혀
온 몸에 덕지덕지 끈적한 흙을 칠하여
흔적없이 떠난 시간을 되짚어 볼까
마른 갈대의 깃털에 앉아 있는
보이지 않는 어둠
물이 들어오지 않은 물골을 스치며
머문 자리를 헤집는다
갯벌에 질척이는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