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가끔은 보람이 있을 때가 있다. 이번에 동기생의 아들 결혼식에서 찎어준 사진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함께 근무한 동기생의 아들 결혼식이라 다른 결혼식보다 일찍 식장에 도착했다. 멋진 동기생, 그리고 아리따운 동수씨. 늠름하고 잘 생긴 신랑과 차례로 악수로 인사를 하였다. 사진기를 친구삼아 가지고 다니던 나를 보고 동기생은 "사진을 잘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나는 으례히 하는 인사로 여기며 식장에 들어섰다.
이윽고 신랑과 신부 어머니들의 촛불 점화를 시작으로 식이 시작되었다. 거기 까지는 여느 결혼식과 별로 다를바가 없었다. 그런데 아무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었다. 당연히 있을 법한 전문 사진사가 안 보이고 친척이나 친구 중에서도 누구 하나 사진기를 가지고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예도대가 입장하고... 그래서 내가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전문 사진사인양 말이다. 아, 그러니까 결혼식이 끝나고 전문 사진사가 공식 사진 몇 장은 촬영을 하였다.
그리고 다른 결혼식과 또 다른 것이 있었다. 주례가 없었다. 신랑 아버지가 나와서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고 신부 아버지가 나와서 결혼식 축사를 하는 것이었다. 또한 신랑 친구가 축가를 불러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여겼는데 신랑이 신부에게 바치는 노래를 멋들어지게 하는 것이란....
노래 못하는 신랑이면 이런 이벤트가 없었겠지만, 상당히 풋풋한 인상을 남기는 결혼식 장면이었다.
사진은 비교적 잘 나왔다고 자평을 하면서 동기생에게 찍은 사진을 보냈다. 친구는 전화와 문자를 통하여 작품 사진을 촬영했다면서 아주 기뻐하였다. 난 얼떨결에 사진을 찍어주고 동기생에게 정말 좋은 찬사를 들을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 사진은 역사의 기록이요, 오랜 추억의 핵심이다. 좋은 사진, 감동적인 사진은 늘 신선한 감상과 아름다운 기억으로 우리들에게 남는다. 그래서 중요한 행사에서 사진을 잘 찍어 준다는 것은 약간의 흥분과 기쁨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