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또 다른 나를 바라보면서
서 정 문
흘러가는 것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가다가 잠시 되돌아볼때
그제서야 보여 옵니다
아무리 깊은 물이라도
나무가 바라보는 깊이는 똑같습니다
물가장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물이 아래로 발을 뻗는 자리만큼
나무의 다리도 거기까지 뻗어 갑니다
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발을 비벼 대기는
저 허공에서 손을 서로 흔들어 마주 잡는것만큼이나
땅속에서 서로 정갱이를 맞대고
서로 가끔씩 툭 투욱
가까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나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의식과 같은 것이지요
가을에는 잎에 아름다운 물도 들여보고
개울에 물이 줄어져서
돌이 쌓아둔 웅덩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바람이 불면 물과 나무그림자는 몸을 풀어
서로 부둥켜 안고
다시 바람이 잠잠하기를 기다리면서
말갛게 얼굴을 바라봅니다
오래 그렇게 서로의 체온이 따스해지면
서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무의 미끈한 허리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만히 가만히 가을이 개울물 사이로 흘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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