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서 쓰는 편지
우선 이렇게 제목을 붙여놓고
무엇을 어떻게 쓸까를 생각해 봅니다
파도도 보이고
몇 개의 봉우리가
바다 한 가운데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것도 보입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바다 새들의 깃들
파도의 흰 이빨들이 동에서 몰려오는
그 긴 손의 등도 보입니다
독도에서 그대에게 편지 한 통을 쓸 작정입니다
받아보실 쯤에는
빗소리도 거기 들어있고
그동안 독도를 다녀긴 무수한 바람들의
그 숱한 이야기들도 몇 개는 남아
바위가 되었거나 돌이 되었거나
울릉도를 거치지 않고도
독도를 갈 수 있다는 것
파도를 지나서도 독도에 닿을 수 있다는 것
오래전부터 있어온 그런 이야기와
그 사연과 잊혀지지 않고 남은
긴 역사의 물결이
바위산 언저리를 맴돌면서
날마다 아픈 절규를 뱉어내고 있다는 것을
그리 잘 알고 있는 것을 말이지요
--가을이 오는 길목을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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