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독도에서 쓰는 편지

지도에도 없는 길 2010. 9. 11. 23:59

독도에서 쓰는 편지

 

우선 이렇게 제목을 붙여놓고

무엇을 어떻게 쓸까를 생각해 봅니다

파도도 보이고

몇 개의 봉우리가

바다 한 가운데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것도 보입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바다 새들의 깃들

파도의 흰 이빨들이 동에서 몰려오는

그 긴 손의 등도 보입니다

 

독도에서 그대에게 편지 한 통을 쓸 작정입니다

받아보실 쯤에는

빗소리도 거기 들어있고

그동안 독도를 다녀긴 무수한 바람들의

그 숱한 이야기들도 몇 개는 남아

바위가 되었거나 돌이 되었거나

울릉도를 거치지 않고도

독도를 갈 수 있다는 것

파도를 지나서도 독도에 닿을 수 있다는 것

 

오래전부터 있어온 그런 이야기와

그 사연과 잊혀지지  않고 남은

긴 역사의 물결이

바위산 언저리를 맴돌면서

날마다 아픈 절규를 뱉어내고 있다는 것을

그리 잘 알고 있는 것을 말이지요

 

 

--가을이 오는 길목을 지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