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경운기

지도에도 없는 길 2010. 5. 21. 08:55

 

 

그날 안개는

내가 걸어간 만큼씩만 길을 내어 주었다

천천히가면 천천히 길을 비켜주고

조금 빨리 걸어가면

그만큼 다급하게 길을 열어주었다

 

그 길을 가는동안

내내 가슴 한켠이 답답했다

상쾌한 답답함

그 안개 가운데서 자꾸 길을 물었다

다급하게 길을 찾아

누군가의 대답이 있기를 기다리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거기 저만치 선 안개의 발자국이

그때서야 보이고

 

 

아득한 날을 위한 시작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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