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가까운 시간에 포구로 갔다
아직 어둠에 잠기지 않는 포구
수확한 미역을 그물에서 떼어내는 바다 여자들의
젖은 머리에서
비릿한 바다내음이 난다
갈매기가 어구에 올라앉았다가 다시 날고
낯선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어둠이 방파제 너머 파도를 타고 오고 있는 사이
아이들 몇
작은 조개들이 붙은 바위에 올라
소리치고 있다
바다가 온다
저녁이 온다
파도가 온다
안개가 온다
묶인 배들이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찍 바다에서 돌아온 뱃사람 몇
인적드문 횟집에서 주인 내외와 잔 술을 기울인다
포구는 차츰 밤을 준비한다
이내 어둠이 깔리고
아이들도 돌아가고
좁은 골목사이로
오래되고 바랜 블록담 너머
여린 불빛이 비친다
언뜻 아이의 소리도 파도 너머에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