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비오는 효촌저수지에서

지도에도 없는 길 2009. 6. 20. 15:17

차가 달려도 보일 건 보인다.

빗물이 고이는 길 옆 웅덩이와 그 물들이 저수지로 모여 가는 것도 보았다.

저수지의 물빛이 저리 곱게 빗속에 젖어 있는 것.

그리고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작은 봉우리

그 사이로 물이 손을 잡고 있었다.

시간은 낚시꾼들의 등 뒤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고

잡히지 않아도 낚시꾼들은 빗물을 음미하고 있는 듯 했다.

서로 등에 작은 봉우리들을 지고 앉아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만족해 하고 있었다.

그래 비오는 날 이렇게 호수가에 오면.....

더우기 그 빗물이 흘러드는 저수지와 비가 내리는 수면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다면

그건 얼마나 행복한 풍경인가.

바람이 잠시 잔잔하게 수면에서 쉬고 있고

고기들도 비가 내리는 것을 감지하며 수면위로 아가미를 밀어 올린다.

비가 오고 있었다.

그리고 산 중턱에 구름이 걸려 있어서 더욱 그리운 유월이 되고 있었다.

이제 곧 장마가 진다고 한다.

비가 자주 오는 유월,그 언저리에서 비오는 것을 느끼며 그것을 음미하고 있다.

고루 고루 아끼지 않고 뿌려주는 축복

적어도 오늘 오는 비는 그런 비다.

삷에서 고단한 것 벗어놓고

잠시 시간의 등 뒤에서서

비오는 날을 즐기라

비오는 소리가 가슴에 방울방울 맺혀

살아가는 날의 깊은 축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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