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오래된 나무

소나무

지도에도 없는 길 2009. 5. 30. 06:44

 

이제 어둠이 내리는 산

먼 곳에서부터 오는 어둠은 하루의 장막이다.

막을 내리는 사이

미처 올리지 못한 이야기를 붉은 노을로 표현하고 있다.

소나무도 어둠이 오면 가지를 검은 어둠으로 떠난다.

밤의 시간에서 밤의 색깔이 되어야 함은 어둠이 깊을수록 아침의 가슴이 더 벅차기 때문이리.

저무는 시간에 산 중턱으로 가면 거기 타오르지 못한 시간의 불꽃

그리고 그 불꽃에서 내뿜는 처연한 붉음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임진강의 석양을 바라보노라면

해는 강속으로 진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강으로 빠지는 해가

다시 강을 거슬러 산으로 거슬러 떠오르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해지는 저녁

산이 중턱에서 보면 그것이 잘 보인다.

유월의 강과 산과 언덕과 길과 호수와 나무와 계곡과 꽃들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

푸름은 항상 푸름으로 남는게 아니다.

저 푸름 속에 잠겨있는 그 유월의 아픔을 잊지 말자고

다시 유월이 왔다.

생각하고 기억해야할 것이 이 계절에는 더 많다.

노을이 지는 강변에서나 석양이 지는 산 중턱에서

다시 한번 더 유월의 흔적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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