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서 정 문
날짜 받아놓고 사나흘
트럭 오는 날 신 새벽
나머지 짐을 싼다
책 쌀 상자를 한 달전부터 모우고
노끈을 준비한 날은
붉은 고무통을 몇 개 샀다
어깨가 감겨드는 늦은 밤에도
이불 보따리를 샀다
몇 날을 묶고 싸도
남아 있는 작은 살림살이
쓸 것 못 쓸것 모두 모아둔 밤
버릴 것 버려야할 것들
한 쪽에 골라낸 밤
아직 분리하지 못한
가슴의 응어리를 풀고
선 잠을 잔다
이사가는 날
날 선 졸음을 맞들고
계단을 오른다
장롱이 기우뚱 내게로 밀려오고
책 상자 무게로 어깨가 쳐진다
사는동안 이게 마지막 이사려니
스물 여섯번째
헤진 상자 속으로 잡동사니를 넣으며
이삿짐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