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이사

지도에도 없는 길 2009. 4. 27. 21:42

 

    이사

 

       서 정 문

 

 

날짜 받아놓고 사나흘

트럭 오는 날 신 새벽

나머지 짐을 싼다

책 쌀 상자를 한 달전부터 모우고

노끈을 준비한 날은

붉은 고무통을 몇 개 샀다

어깨가 감겨드는 늦은 밤에도

이불 보따리를 샀다

몇 날을 묶고 싸도

남아 있는 작은 살림살이

쓸 것 못 쓸것 모두 모아둔 밤

버릴 것 버려야할 것들

한 쪽에 골라낸 밤

아직 분리하지 못한

가슴의 응어리를 풀고

선 잠을 잔다

이사가는 날

날 선 졸음을 맞들고

계단을 오른다

장롱이 기우뚱 내게로 밀려오고

책 상자 무게로 어깨가 쳐진다

사는동안 이게 마지막 이사려니

스물 여섯번째

헤진 상자 속으로 잡동사니를 넣으며

이삿짐을 싼다

'시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틀에 앉아  (0) 2009.05.01
망촛대  (0) 2009.04.28
관계  (0) 2009.04.25
어버이날  (0) 2009.04.24
어머니 5-기억  (0) 200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