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관계

지도에도 없는 길 2009. 4. 25. 08:38

관계

 

          서 정 문

 

 

김경미 시인이 '연애의 횟수'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나라 입국 할때는 써 넣어야 된다 합니다

그러니까

 

밤의 횟수를''

 

시골 처녀가 군에 간 애인을 면회왔는데

그러니까 거기

굳이 관계를 적어 넣으라 했답니다

고민되고 창피해서

꼭 써야 되겠냐고 했더니

위병소 고참 병장 왈

당연히 써야 면회가 된다고 했답니다

 

보리밭에서 산 등성이에서  강가에서

얼굴이 홍당무가 된 처녀

그래도 면회는 잘 했답니다

 

왜 하필 꼭 관계를 적어야 하는지

처녀는 아리송 하기만 했답니다

 

철지난 깃발이 밤새 펼럭이는 철거촌에서

빛 바랜 의자를 일으켜 세웁니다

그대와의 관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탁자와 의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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