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서 정 문
김경미 시인이 '연애의 횟수'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나라 입국 할때는 써 넣어야 된다 합니다
그러니까
밤의 횟수를''
시골 처녀가 군에 간 애인을 면회왔는데
그러니까 거기
굳이 관계를 적어 넣으라 했답니다
고민되고 창피해서
꼭 써야 되겠냐고 했더니
위병소 고참 병장 왈
당연히 써야 면회가 된다고 했답니다
보리밭에서 산 등성이에서 강가에서
얼굴이 홍당무가 된 처녀
그래도 면회는 잘 했답니다
왜 하필 꼭 관계를 적어야 하는지
처녀는 아리송 하기만 했답니다
철지난 깃발이 밤새 펼럭이는 철거촌에서
빛 바랜 의자를 일으켜 세웁니다
그대와의 관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탁자와 의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