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서 정 문
어제가 어버이날
전화 한통 못하고 지나갔다
용돈 조금이나마 보내드릴까 했는데
잊고 지났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조금이나마 효도하리라고
해마다 이 날이 지나면 다짐을 하지만
다시 한 해가 밀려가고
들에나가
거친 이랑을 갈아엎고
물기찬 흙
맨손으로 만지며
내일을 위한 씨앗을 뿌리시던 아버지
돌을 골라내고
씨앗이 뿌리내릴 자리를 잡아
잡풀을 골라내시던
오늘을 골라내시던 아버지
날마다 왔던 길이라
눈 감아도 찾아올 수 있던 들길
한 평생을 여기에와서
아픈 마음도 풀어놓고
기쁜 마음도 풀어놓고
날마다 이랑을 갈아 엎으시던
저 손길
손바닥이 거칠어 질수록
거친 이랑이 변하여
부드러워던 흙
이제 머진 않아
아버지 걸었던 길
덧 찍힌 발자국 위로
내 무딘 발자국 찍혀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