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가 피다
수선화가 마구 핀다. 그런데 수선스럽지는 않다. 돌담 아래 양지에서부터 슬며시 핀다. 추사가 그리 좋아했다는데,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옛날 여기 사람들은 이것을 꼴로 베어 동물의 먹이로 사용했다니. 수선화가 많이 피기는 피나보다. 이 꽃들이 피고 지면서 오랜 세월을 이어왔겠지 싶다. 지금 피는 저 꽃들이 추사 시절에도 피었고, 지금도 피고 있으니. 나무는 자라면서 그 시간을 그려보게 하지만, 수선화처럼 꽃은 뿌리로 그 시간을 말해주겠지. 번지는 그 뿌리의 작은 구근하나에도 시간이 묻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