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제주 서귀포이야기

위령비 -위미

지도에도 없는 길 2021. 1. 9. 20:08

동백꽃만 안따깝고 서러운 게 아니다. 저 그림자 가로지른 비문을 타고 흘러가는 바람. 그 돌담 아래 오래 외로이 서 있는 비문도 슬프긴 마찬가지 일 게다. 돌담에 떨어진 동백꽃잎도. 붉음이 지쳐 빛 바래어 가는 오후. 그늘이 깊어지면 아픔도 깊어질까. 돌에 자꾸 더덕더덕 내려 쌓이는 살가운 눈빛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핏빛 흩어진 길을 돌아보며 떠나던 사람들. 다시는 여기를 찾지 않겠다고 바다를 훌쩍 떠나간 파도. 밀려 밀려 가서 밤마다 가슴을 치며 울던 그 파도소리들. 잊히지 말라 부탁하지 않아도 동백은 기억처럼 다시 피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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