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 말랐다
계절을 건너 뛰다가 온 몸이 달았다
서걱이는 것은 여름의 물 올랐던 기억 뿐
푸석한 몸 윤기 가신 얼굴로 너를 쳐다본다
말간 하늘이 수국 잎처럼 구겨지는 오후
저녁까지는 덜 서걱일 것
답을 해둔 채로 봉인을 한다
하늘로 향하는 손짓이 어색한 날
너는 다시 안으로 몸을 움츠린다
바삭해진 허리께를 슬몃 만져보면
그늘진 자리
바람이 꿰맨 꽃받침 자리가 허전하다
주인도 떠나고 빈 집 뜨락
구멍 숭숭한 현무암 담벼락 너머
단 맛이 덜한 귤들이 노란 얼굴을 내민다
그 바람이 이 편에서 너는 말이 없다
오늘도 이 오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