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제주 서귀포이야기

마른 수국

지도에도 없는 길 2019. 12. 15. 17:40

 

 

 

 

수국이 말랐다

계절을 건너 뛰다가 온 몸이 달았다

서걱이는 것은 여름의 물 올랐던 기억 뿐

푸석한 몸 윤기 가신 얼굴로 너를 쳐다본다

말간 하늘이 수국 잎처럼 구겨지는 오후

저녁까지는 덜 서걱일 것

답을 해둔 채로 봉인을 한다

하늘로 향하는 손짓이 어색한 날

너는 다시 안으로 몸을 움츠린다

바삭해진 허리께를 슬몃 만져보면

그늘진 자리

바람이 꿰맨 꽃받침 자리가 허전하다

 

주인도 떠나고 빈 집 뜨락

구멍 숭숭한 현무암 담벼락 너머

단 맛이 덜한 귤들이 노란 얼굴을 내민다

그 바람이 이 편에서 너는 말이 없다

오늘도 이 오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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