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봄이 올 때를 기다리자고 했지요. 여름이 되어도 다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잎이 돋아나야 할 텐데. 아직은 소식이 없습니다. 파도는 그 나무 발 아래 밤마다 와서 희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발의 감각이 살아나면 잎도 돋아날 거라고 합니다. 바람도 새벽까지 연신 가지의 등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섶섬. 그 오른편으로 해가 뜨면, 밤새 움츠렸던 가지들도 활짝 가지를 폅니다. 아직 잎이 돋아나지는 않지만, 자연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섶섬이 바라다보이는 해변에 마른 가지를 가진 나무 한 그루 있습니다. 잎을 잊어버린 건 아닙니다. 아직 준비 중인 나무. 그 발아래 별도 쏟아지고, 파도도 와서 부딪히며, 바람도 가지를 쓰다듬어 줍니다. 외롭지 않으라고 달빛도 내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