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03 03:03
['63년 織女' 우복인 할머니의 삶터, 안동 금소리 안동포 마을]
- 유일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
"삼 찌고 손톱으로 실 째며 옷 한벌 짓기까지 쉼없는 중노동
요즘은 전통 길쌈 전수하고 전시관서 베짜기 시연이 낙"
- 안동포 대중화 나선 안동시
연말 전시·체험학습 마을 준공… 웰빙의류와 연계 전략 고심
경북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의 안동포(布) 마을엔 삼(大麻·대마)을 직물로 짜서 생계를 꾸리는 '직녀(織女)' 40여명이 있다.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이며, 아흔을 넘긴 사람도 세 명이라고 한다. 2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한옥 밀집 골목에 들어서면 일정한 간격으로 '철커덕, 덜커덕' 베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예로부터 안동에서 재배한 대마로 짠 베는 안동포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엔 임금에게 올릴 만큼 품질과 명성이 높았다. 안동포 짜기는 경상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1호이다.
◇베 짜기 전통 명맥 잇는다
"요즘 같은 더위엔 삼베옷이 안성맞춤이지." 우복인(85) 할머니는 열아홉에 이 마을로 시집와서 스물두 살 때부터 베틀에 앉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안동시에서 지낸 세월을 빼고 45년쯤 베틀을 벗 삼아 살아왔다. 2005년 작고한 시어머니 배분령(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1975년) 할머니에게서 베 짜는 법을 배웠다. 우 할머니는 현재 살아 있는 유일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2006년 지정)이다.
◇베 짜기 전통 명맥 잇는다
"요즘 같은 더위엔 삼베옷이 안성맞춤이지." 우복인(85) 할머니는 열아홉에 이 마을로 시집와서 스물두 살 때부터 베틀에 앉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안동시에서 지낸 세월을 빼고 45년쯤 베틀을 벗 삼아 살아왔다. 2005년 작고한 시어머니 배분령(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1975년) 할머니에게서 베 짜는 법을 배웠다. 우 할머니는 현재 살아 있는 유일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2006년 지정)이다.

"베를 잘 짠다고 시어머니가 평생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하셨지. 하지만 삼을 쪄서 껍질 벗기고, 손톱으로 짼 실로 베를 짜서 옷 한 벌 짓기까지는 긴 시간, 쉼 없는 중노동이 녹아 있어요." 삼베를 천연염료로 물들인 개량형 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도 보름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우 할머니는 지난 10년 동안 마을 주민 14명에게 베 짜기를 가르쳤다. 김점선(45)씨도 제자다. 6㎡(1.8평)쯤 되는 사랑채 베틀 방에서 '삼 삼기'에 열중하던 김씨는 "한 올 한 올 침을 발라 무릎에 비벼야 질긴 실이 나오기 때문에 허벅지와 종아리 살에 멍이 든다"고 말했다. 올 수가 많을수록 옷감의 결이 고와져 상품(上品)으로 친다.
우 할머니는 김씨를 대견하게 여긴다. 13가지나 되는 안동포 제작 과정이 힘들어 삼베를 짜는 사람이 매년 줄고 있는데, 젊은이가 9년째 전통 길쌈을 배우고 있어서다.
우 할머니는 지난 10년 동안 마을 주민 14명에게 베 짜기를 가르쳤다. 김점선(45)씨도 제자다. 6㎡(1.8평)쯤 되는 사랑채 베틀 방에서 '삼 삼기'에 열중하던 김씨는 "한 올 한 올 침을 발라 무릎에 비벼야 질긴 실이 나오기 때문에 허벅지와 종아리 살에 멍이 든다"고 말했다. 올 수가 많을수록 옷감의 결이 고와져 상품(上品)으로 친다.
우 할머니는 김씨를 대견하게 여긴다. 13가지나 되는 안동포 제작 과정이 힘들어 삼베를 짜는 사람이 매년 줄고 있는데, 젊은이가 9년째 전통 길쌈을 배우고 있어서다.

"내가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것처럼 새댁한테 다 가르쳐 주고 홀가분하게 떠날 거요." '이젠 나이 들어서 1년에 2~3필밖에 못 짠다'는 우 할머니는 요즘 마을 초입에 있는 안동포 전시관에 들러 방문객들에게 삼베 짜기 시연을 해 보이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한다. 우 할머니는 "베틀에 앉아 손발 다 쓰면서 쉬지 않고 움직이면 치매도 달아난다"며 웃었다.
◇수의(壽衣) 한 벌 만드는 데 2년
안동 지역은 기후와 토질이 대마가 자라기에 적합하다. 재질이 까슬까슬한 삼베는 땀을 빨리 흡수하고 통풍이 잘돼 무더운 여름철엔 제격이다. 내구성이 강하고 항균 작용도 있어 좀이 잘 슬지 않는다.
제작 과정이 모두 수작업인 안동포는 천연 섬유 가운데 가장 비싸다. 삼베는 6~9새로 나뉘는데, 동안동 농협에 따르면 최고급인 9새 안동포 1필(폭 35㎝, 길이 22m)은 188만원에 이른다. 6새 118만원, 7새 132만원, 8새는 148만원 선이다. '새'는 삼베 올의 가늘기와 올 사이의 촘촘한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1새는 80가닥의 올인데, 35㎝의 폭 안에 80올이 들어간다.
◇수의(壽衣) 한 벌 만드는 데 2년
안동 지역은 기후와 토질이 대마가 자라기에 적합하다. 재질이 까슬까슬한 삼베는 땀을 빨리 흡수하고 통풍이 잘돼 무더운 여름철엔 제격이다. 내구성이 강하고 항균 작용도 있어 좀이 잘 슬지 않는다.
제작 과정이 모두 수작업인 안동포는 천연 섬유 가운데 가장 비싸다. 삼베는 6~9새로 나뉘는데, 동안동 농협에 따르면 최고급인 9새 안동포 1필(폭 35㎝, 길이 22m)은 188만원에 이른다. 6새 118만원, 7새 132만원, 8새는 148만원 선이다. '새'는 삼베 올의 가늘기와 올 사이의 촘촘한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1새는 80가닥의 올인데, 35㎝의 폭 안에 80올이 들어간다.

지난달 24일부터 7월 22일까지는 3년 만에 돌아온 윤달이다. 윤달은 음력 1년이 양력 1년보다 약 11일 짧은 것을 해결하려고 2~3년에 한 번씩 끼워 넣는 달이다. 올해는 윤 5월이 있다. '윤달에 수의(壽衣)를 마련하면 부모가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안동포 마을에 수의 구입 문의가 늘고 있다. 하루 평균 15건 정도로 평소보다 3배가량 많다고 한다. 고도로 숙련된 사람도 안동포 다섯 필로 수의 한 세트(남자 21가지, 여자 18가지로 구성)를 만들려면 적어도 2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사실 삼베가 수의로 쓰인 것은 일제시대부터다. 조선시대 무덤에서 나온 옷들은 일상복이었다. 삼베가 망자(亡者)의 호사품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값이 비싸고, 제작 과정이 복잡해 생산성이 떨어지며, 상품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은 안동포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해결책을 찾는 안동시는 대마 재배 농가를 지 원하고, 안동포 전시·판매를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능 인력 양성 교육과 디자인, 전시, 체험 학습 등의 기능을 맡을 전통빛타래길쌈마을도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김문년 안동시 한방산업팀장은 "안동포를 활용해 항균성이 뛰어난 의료용 제품이나 현대적 감각의 웰빙 의류 제품 등을 개발하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삼베가 수의로 쓰인 것은 일제시대부터다. 조선시대 무덤에서 나온 옷들은 일상복이었다. 삼베가 망자(亡者)의 호사품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값이 비싸고, 제작 과정이 복잡해 생산성이 떨어지며, 상품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은 안동포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해결책을 찾는 안동시는 대마 재배 농가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