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지, 신문, 동인지 등 발표된 작품들

골목사진 찍기-문학의 강 2016 여름호

지도에도 없는 길 2016. 7. 15. 13:20

 

골목사진 찍기

 

서정문

 

 

보문동에는 아직 골목 투성이다

지하철에서 나와 멀리 가지 않아도

몸을 숨길 수 있다

시멘트 갈라진 굴뚝 아래 걸터 앉아

사진을 찍었다

건너편에서 오던 사람이 배경으로 찍혔다

그 사람에게 셔터를 부탁하자

스스럼 없이 나를 찍어주었다

이 골목 중간쯤에 산다는 그녀

언제 시간이 나면 햇살 내리는 시간에

오른편 창문을 두드리라고 한다

이웃집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한다

나를 찍은 그 사진은 아직 이름을 달지 못하고

카메라 어느 귀퉁이에 저장되어 있다

고향같은 곳이 어디 흔하랴만

보문역에서 얼마 가지 않아도 되는 곳

빛 바랜 기억을 되찾고 싶을 때

용케 어린 날의 당신으로 돌아가고자 할 때

보문동 뒷골목을 배회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