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사진 찍기
서정문
보문동에는 아직 골목 투성이다
지하철에서 나와 멀리 가지 않아도
몸을 숨길 수 있다
시멘트 갈라진 굴뚝 아래 걸터 앉아
사진을 찍었다
건너편에서 오던 사람이 배경으로 찍혔다
그 사람에게 셔터를 부탁하자
스스럼 없이 나를 찍어주었다
이 골목 중간쯤에 산다는 그녀
언제 시간이 나면 햇살 내리는 시간에
오른편 창문을 두드리라고 한다
이웃집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한다
나를 찍은 그 사진은 아직 이름을 달지 못하고
카메라 어느 귀퉁이에 저장되어 있다
고향같은 곳이 어디 흔하랴만
보문역에서 얼마 가지 않아도 되는 곳
빛 바랜 기억을 되찾고 싶을 때
용케 어린 날의 당신으로 돌아가고자 할 때
보문동 뒷골목을 배회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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