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지, 신문, 동인지 등 발표된 작품들

길 위의 무덤--다층 2015 상반기

지도에도 없는 길 2016. 1. 11. 21:41

길 위의 무덤

-서정문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중앙선에 누워있다

어제 늦은 밤이나 오늘 새벽에 죽었나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못한 주검이다

누가 세웠는지

고양이가 누운 자리 앞

붉은 안전표지판 하나 세워졌다

 

어떤 차도 다시

그 고양이를 밟고 가지 않는다

 

차들은 표지판 앞에서

휘청거리며 붉은 경적을 울려

주검의 길을 알린다

주검의 털들은 곤두섰다가 내려 앉는다

무거운 바퀴들이 소스라치며

이승 속으로 도망을 간다

 

심장이 멈춘 자리에 붉은 등이 켜지고

살아있는 표지판은 자꾸 휘청거린다

 

-2015 상반기 다층 동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