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가 익다
-서정문
보리대궁 속으로
까실하게 소름이 돋는다
어딘가 붙어 다니기 힘든
가늘로 날카로운 촉수를 밀어내고
홀로 버틴다
팔십삼 년 동안 버팀목이던 척추가
더는 견디지 못하여 휘어지기 시작한 날
어머니는 결국 지팡이를 짚기 시작했다
거기 빗장 하나를 덧대고
우둘투둘한 돌기들이
우두우둑 뼈를 삼키가는 동안
마지막으로 잡은 낫 자루 쪽으로
무딘 밑둥이 나동그라진다
농익은 보리 대궁들이
푸석거리며 낫질을 당하고 있다
-2015 상반기 다층 동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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