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여행기--일상을 떠나

안동--물안개 아침 2015 가을

지도에도 없는 길 2015. 10. 25. 12:51

 이른 아침, 일찍 서울로 출발하려고 집을 나섰다. 아침 운전은 상쾌하고 여유가 있어서 좋다.

그래서 서울에서 안동에 내려올 때, 안동에서 서울로 올라갈 때, 가급적 이른 아침에 출발하곤 한다. 오늘도 여전히 이른 아침에 출발을 하여 강둑으로 올랐다.

 

 집 앞 낙동강, 병원 앞에서 좌회전을 하고 난 다음 다시 강변 길을 따라 왼쪽으로 길을 잡았다. 강 건너 고향 마을은 아침 햇살을 받아 천천히 환하게 밝아가고 있었다. 그 강변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물 가운데 백로들이 한가로이 아침 햇살을 받고 있었고, 더러는 날아오르다가 다시 물 위로 앉고 있었다. 햇살이 내리는 강이 온통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모습. 차를 도로 우측 공터에 멈추고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벚나무가 늘어선 도로변을 따라 천천히 걸었가면서 아침 강의 금빛 모습을 감상하였다.  

 안개가 피어나는 강 가운데 햇살을 받으며, 여러 마리의 백로들. 그 실루엣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금빛 아침을 몰고오는 햇살은 봉산으로부터 길게 햇살을 늘어뜨려 이 강의 중심까지 이어오고 있었다. 어린시절 강은 온통 은빛 모래밭이었다. 강변 가장자리는 중뜰에서부터 키가 큰 미루나무들이 가득하였고, 간혹 그 숲 속 오솔길을 따라 하교하기도 했다. 인도교를 건너서부터 강줄기를 따라 미루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모래밭 길은 새들의 지저귐, 미루나무 잎을 흔드는 바람, 바람에 따라 잎들은 등을 보이면서 팔랑거리면서 햇살을 골라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많던 모래밭은 이미 사라지고 지금은 강변에도 둑이 쌓이고, 포장된 도로가 강변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만해도 일년에 한 두번은 홍수가 강변을 온통 뒤덮고, 신작로까지 물이 밀려와 도로 옆 과수원이 물에 잠기곤 했다. 그러나 안동에 댐이 생기고나서는 그 홍수도 사라지고, 홍수 떄마다 다리 아래는 소며, 돼지들이 붉은 강물에 떠 지나가기도 했다. 태백산 산에서 밴 통나무들이 수도 없이 인도교 다릿발을 스치고 지나갔으며, 어떤 사람들은 다리 위에서 철사로 흘러가는 통나무를 건져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강은 붉은 물을 며칠 씩 흘러내리다가 태백산의 신선한 황토를 마을 앞 밭에 잔뜩 토해 놓고는 저 만치 강 중앙으로 물러났다. 그 부드러운 황토는 갯밭의 흙을 차곡차곡 만들면서 맛있는 채소를 키워주었다. 우리 고향 마을 무와 배추가 다른 어느 지역보가 맛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제 홍수는 안동댐이 되고, 삼십년이 지나 땅의 신선도도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도 갯밭의 채소는 더없이 부드럽고 맛이 있다.

 그런 상상속의 강변, 이제 그 강은 더러 삼각주를 만들어주고 있지만, 백로를 비롯한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그 강은 안개를 머금으며, 아침 햇살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황금빛 아침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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