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풍경

보리--베혀 눕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6. 16. 08:31

 

 

 

 

 

보리 ---베혀 눕다

 

 

보리는 낫으로 베혀져

제가 태어난 자리에 눕습니다

까끌한 등의 감촉

보리는 그래도 그게 좋습니다

여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자리를 비워주기로 했습니다

모내기 철이 아직은 아니지만

이른 감자가 나올 때 쯤이면

하루가 다르게 대궁의 말라갑니다

누렇게 발끝이 변하고

머리 끝까지 누른 기운이 감돌면

이제 누울 자리를 준비합니다

가는 길이야

그리 가볍지는 않지만

그래도 툴툴 털고

연한 잎이 돋아났던 그 자리로

서쪽 해가 늬엿해지기 전에 돌아갑니다

 

온 몸에 돋은 비늘이 유난히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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