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오십오년 만에 오는 추위로
한강의 물은 소원을 풀었다
늘 멀찍하게 서성이기만 한
물의 간격
그 바람으로 서로 어깨를 껴안기 시작하였다
그 추위로 이제 서로 부둥켜 안아 보았다
서로 빈틈없이 가슴을 안고
바람 앞에 함께 서 보았다
다리를 바라보며 누워도 보았다
따스해지는 이유
한강이 그제야 하나가 되었다는 것
강을 떠받치고 선 물이
외로운 사람 하나쯤은 거뜬하게
건너게 할 수 있다는 것
너무 오랫동안 그 만큼 서로 멀리 있던
강물은 그제야 손을 내밀었다
가슴을 허락했다
강이 오열하듯 쩡쩡
가슴에 맺힌 소리를 내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