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켜켜이 쌓이는 늦가을 저녁
사각의 공간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다
이제 가을이 깊었다는 것을 낙엽은 저렇게 서로 몸 포개며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슴이 되고
등이되고 배경이 되어주는 것
긴 겨울동안 서로 따스해지려는 몸짓
먼저 떨어진 낙엽은 겨울동안 더 따스하리라
등에 등을 맞대고
땅을 가슴에 안고 지내는 겨울은 그래도 나중에 떨어진 낙엽보다
더 따스하리라
먼저 그 자리를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쓸쓸한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더 쓸쓸하고 외롭고 허전할 것이다
아직 나무에 매달린 몇 닢의 잎들
더 바람에 시달리고 더 시린 바람에 가슴을 드러내 놓아야할 것이다
더 차가운 서리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나뭇잎을 희망한다
오래 그 자리를 지키면서 그 무언가를 더 찾으려하고
안간힘을 쓰면서 그 가지에 목숨을 건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남을 밟기도 한다
밤새 찬 서리가 내리면 그저 시린 잎새로 떨어질 것이지만
그 자리를 쉬이 떨쳐버리지 못한다
켜켜이 쌓여 있는 낙엽들을 보면서
미리 떨어진 낙엽들은 이미 겨울을 준비 한 것을 본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어
땅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잎들
건조하고 마른 낙엽들이 자꾸 더 위로 쌓이는 동안
그 잎들은 더 따스해진다
먼저 떨어진 것을 슬퍼하지 말자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을 다행히 여기자
동기생 가족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한 6년동안 투병하다가 떠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고통으로 투병한 시간보다
관조하면서 도를 닦다가 지낸 시간이 많다고 한다
도인처럼 그렇게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동학사를 넘어가는 산을 넘듯
갑사 솔 숲길을 걷듯
그렇게 가벼이 떠났다고 한다
미련은 늘 사람들의 가슴에 마음의 진드기처럼 붙어 있을진데
내려 놓기란 그렇게 어려운데 바람처럼 그런 마음을 어찌 가질 수 있을까
작은 바람에도 가슴이 허전해지는 이 세상 삶일진데........
겨울이 오는 시간을 바라보면서 자꾸
마음 내려놓는 법을 생각해본다
눈도 감아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간혹은 술도 마시면서
세상사는 법, 무겁게 안고 가지 않는 법을
이 가을에 낙엽에게서 배워본다
철원평야에 재 두루미가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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