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가을 향기

낙엽이 켜켜이 쌓이는 늦가을 저녁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1. 18. 08:27

 

 

 

 

 

낙엽이 켜켜이 쌓이는 늦가을 저녁

 

사각의 공간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다

이제 가을이 깊었다는 것을 낙엽은 저렇게 서로 몸 포개며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슴이 되고

등이되고 배경이 되어주는 것

긴 겨울동안 서로 따스해지려는 몸짓

 

먼저 떨어진 낙엽은 겨울동안 더 따스하리라

등에 등을 맞대고

땅을 가슴에 안고 지내는 겨울은 그래도 나중에 떨어진 낙엽보다

더 따스하리라

 

먼저 그 자리를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쓸쓸한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더 쓸쓸하고 외롭고 허전할 것이다

아직 나무에 매달린 몇 닢의 잎들

더 바람에 시달리고 더 시린 바람에 가슴을 드러내 놓아야할 것이다

더 차가운 서리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나뭇잎을 희망한다

오래 그 자리를 지키면서 그 무언가를 더 찾으려하고

안간힘을 쓰면서 그 가지에 목숨을 건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남을 밟기도 한다

밤새 찬 서리가 내리면 그저 시린 잎새로 떨어질 것이지만

그 자리를 쉬이 떨쳐버리지 못한다

 

켜켜이 쌓여 있는 낙엽들을 보면서

미리 떨어진 낙엽들은 이미 겨울을 준비 한 것을 본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어

땅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잎들

건조하고 마른 낙엽들이 자꾸 더 위로 쌓이는 동안

그 잎들은 더 따스해진다

 

먼저 떨어진 것을 슬퍼하지 말자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을 다행히 여기자

 

 

동기생 가족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한 6년동안 투병하다가 떠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고통으로 투병한 시간보다

관조하면서 도를 닦다가 지낸 시간이 많다고 한다

도인처럼 그렇게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동학사를 넘어가는 산을 넘듯

갑사 솔 숲길을 걷듯

그렇게 가벼이 떠났다고 한다

 

 

미련은 늘 사람들의 가슴에 마음의 진드기처럼 붙어 있을진데

내려 놓기란 그렇게 어려운데 바람처럼 그런 마음을 어찌 가질 수 있을까

작은 바람에도 가슴이 허전해지는 이 세상 삶일진데........

 

겨울이 오는 시간을 바라보면서 자꾸

마음 내려놓는 법을 생각해본다

눈도 감아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간혹은 술도 마시면서

세상사는 법, 무겁게 안고 가지 않는 법을

이 가을에 낙엽에게서 배워본다

 

 

 

 

 

 

 

 

 

 

 

 

철원평야에 재 두루미가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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