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가을 향기

억새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1. 24. 03:33

 

 

 

 

 

 

 

 

억새처럼

 

때로는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제 몸을 누일 수 있는

가는 몸으로

가을이 되면 저리 머리 산발하고

작은 바람에도 몸이 반응하는 억새처럼

사는 것은 그렇게 늘 꼿꼿하지는 않는 것

 

겨울이 오는 길목을 지키는 저 억새는

가벼이 가벼이

그 논둑을 지키고 섰다

 

사는 게 그래

그저 그런 시간

그런 시간들

 

억새처럼 억세게 살아가는

겨울에도 마른 대궁 그대로 바람에 맡기고

바람이 오면 바람이 부는대로 몸을 누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

 

별이 지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새벽이 오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

아 바람이 부는 창밖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도 저리 밝게 빛이 나는구나

 

 

독한 술 한잔 마시고 나도

새벽은 길게 꼬리를 물고 기다리면서

길을 내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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