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처럼
때로는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제 몸을 누일 수 있는
가는 몸으로
가을이 되면 저리 머리 산발하고
작은 바람에도 몸이 반응하는 억새처럼
사는 것은 그렇게 늘 꼿꼿하지는 않는 것
겨울이 오는 길목을 지키는 저 억새는
가벼이 가벼이
그 논둑을 지키고 섰다
사는 게 그래
그저 그런 시간
그런 시간들
억새처럼 억세게 살아가는
겨울에도 마른 대궁 그대로 바람에 맡기고
바람이 오면 바람이 부는대로 몸을 누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
별이 지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새벽이 오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
아 바람이 부는 창밖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도 저리 밝게 빛이 나는구나
독한 술 한잔 마시고 나도
새벽은 길게 꼬리를 물고 기다리면서
길을 내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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