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강물 떠나는 소리
귓가에 새겨 두기도 전에 밤이 오고
덜 열린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저무는 달빛
환하게 웃어주던 그 시간은
초저녁 은빛 강속에 잠겨들고
저물어 간 둑길
꽃대 튼튼한 달맞이꽃이 핀다
천전 굽이진 노송 그늘에도
백운정 그림자 난간 기슭에도
흘러가다 잠시 목놓아 기다리는
그 그림자 꽃이 되어 버린
임동 길안 가던 굽이 길
쉰 목소리 세월을 말해주듯
빛 바랜 추녀
달맞이꽃 키 크는
흔적처럼 눈물 하나 뚝 떨어진 자리
꽃이 핀다
그 여름 깊어진 뚝방으로
목이 길어진 등뼈
울퉁불퉁 어둔 길을따라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