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달맞이꽃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8. 24. 07:59

 

 

 

 

 

달맞이꽃

 

 

 

강물 떠나는 소리

귓가에 새겨 두기도 전에 밤이 오고

덜 열린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저무는 달빛

환하게 웃어주던 그 시간은

초저녁 은빛 강속에 잠겨들고

저물어 간 둑길

꽃대 튼튼한 달맞이꽃이 핀다

천전 굽이진 노송 그늘에도

백운정 그림자 난간 기슭에도

흘러가다 잠시 목놓아 기다리는

그 그림자 꽃이 되어 버린

임동 길안 가던 굽이 길

쉰 목소리 세월을 말해주듯

빛 바랜 추녀

달맞이꽃 키 크는

흔적처럼 눈물 하나 뚝 떨어진 자리

꽃이 핀다

그 여름 깊어진 뚝방으로

목이 길어진 등뼈

울퉁불퉁 어둔 길을따라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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