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바람의 편지

지도에도 없는 길 2010. 1. 12. 22:58

바람의 편지

바람 이는 곳에서는 늘

바람쪽으로 몸을 누인다

버티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여

바람 방향으로 몸을 기울인다

 

돌담 사이로 오는 바람

돌담 사이로 다시 그 몸을 밀어낸다

 

오래 바람앞에 서 있으면

바람쪽의 줄기는 절로 깊어진다

목이 길어지고

팔이 길어져서

끝내 몸은 절로 기울어진다

 

산다는 것도 그렇다

벽의 저편에서도

오래 그 벽쪽에 서서 바람을 맞으면

목이 길어지고

허리가 굽어지고

끝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지경이 된다

 

바람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바람쪽에서는 늘 바람이 그립다

바람이 있는 곳에서도 자주 바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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