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편지
바람 이는 곳에서는 늘
바람쪽으로 몸을 누인다
버티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여
바람 방향으로 몸을 기울인다
돌담 사이로 오는 바람
돌담 사이로 다시 그 몸을 밀어낸다
오래 바람앞에 서 있으면
바람쪽의 줄기는 절로 깊어진다
목이 길어지고
팔이 길어져서
끝내 몸은 절로 기울어진다
산다는 것도 그렇다
벽의 저편에서도
오래 그 벽쪽에 서서 바람을 맞으면
목이 길어지고
허리가 굽어지고
끝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지경이 된다
바람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바람쪽에서는 늘 바람이 그립다
바람이 있는 곳에서도 자주 바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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