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차분해진다.내리는 빗소리가 더 없이 정겹게 들린다.어린 시절 시골집은 함석이 지붕이 있었다.함석반,초가가 반인 집이었다.나중에는 초가가 슬레이트로 변했지만,비가 오면 함석지붕으로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그때는 그 소리가 좋았다.날이 맑으면 고추를 널어서 말리고,저녁이면 사다리도 없이 그 위로 올라가서 고추를 걷었다.제법 골이 튼튼한 지붕이라서 내가 밟아도 끄떡없이 잘 견뎌주었다.따끈따끈한 함석의 감촉이 석양을 등진 채 발바닥에 느껴질때는 포근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제는 비가 소리없이 조용하게 내리는게 좋다.나이가 그만큼 들었다는 것인가.창문 밖,은행잎으로 빗물이 내린다.후두둑 후두둑 가끔씩 바람이 불면 빗방울들이 한꺼번에 아래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