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봄호) 특집 원고 물 꿈 외 4편 아침에 왔다가 저녁이면 희디흰 이를 드러낸 채 등을 보이며 흐르는 사람을 보았어요 검은 바위에 이마를 얼마나 부딪쳤으면 끝이 하얗게 탈색되었을까요 건너지 못하는 강도 있었는지요 너무 깊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잃어버린 기억으로 발이 얼얼할 때까지 이리저리 강변을 걸었는지요 갈대는 저물어가고 이편과 저편의 집 없는 사람들은 점점 스스로 강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는지요 온몸은 눅눅해지기 시작하고 아침까지는 아무래도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밤 첨벙거리는 소리의 그 끝을 서성이며 잡았던 손의 느낌을 잊지나 않았는지요 너무 오래거나 빠르다고 여겨지지는 않았는지요 손가락 끝에서 좁은 여울 소리 들립니다. 서귀포 까마귀 ― 변시지* 화백 풍으로 길 없는 허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