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호국을 생각한다
국방일보가 배달됐다. 늘 비닐봉지에 싸여서 이 시골까지 배달이 된다. 과거 군생활 할 때는 ‘전우신문’이었다. 전우신문은 나의 군생활에 참 소중한 신문이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신문방송학과를 가려고 준비하다가 육사에 입학한지라 글에 지면을 할애해 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전우신문의 문예란에 가끔 투고하면 글이 실렸다. 글을 쓰는 게 아주 손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도 모두 전우신문 덕분이었다.
오늘 배달된 국방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중학교 1학년 때였어. 15살이었지. 하루는 통장이 전쟁이 났다고, 북한군이 오면 다 죽는다며 동네를 돌았지. 급하게 보따리를 만들어 짊어지고, 어머니, 동생과 함께 집을 떠났어. 수원쯤 왔을 때 폭격을 맞았지. 그 난리통에 어머니, 동생과 헤어져 그때부터 혈혈단신으로 부산까지 갔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장에는 휴전을 의미하는 청색 신호탄이 발사됐다. 소총을 들어 던지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전쟁의 참상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자원입대해 전장을 누빈 어느 노병의 말이다.
국제정세에서 힘의 논리는 냉정하게 적용된다. 만약 우리가 전쟁을 싫어해 6·25 전쟁에서 무조건 손을 들고 항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공산주의 국가도 살만하다고? 베트남이 멸망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트피플이 되고, 죽임을 당했는지 알고 있는지.
힘이 없는 사람은, 그러한 국가는 결코 자신의 권리를 지키지 못한다. 이 땅에 군대를 없애고 전쟁의 근본 요소 자체를 소멸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참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힘을 기르고 가진다는 것은 그 힘을 가졌을 때 상대방이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우리가 군대를 해산하고 철모를 골동품 취급하며, 총기를 모두 버린다고 하면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가 피를 흘리고 죽어갔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낯선 이국 전장에서 3만7000여 명이나 죽었다. 오로지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지키고자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을 개발하는 것을 보면서 우려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전력이 신속하게 변하고 있다.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슬기롭게 찾아야 한다.
호국영령이 쉬이 잠들지 못하는 6월이 지나고 있다. 그날의 참상과 아픔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재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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