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지, 신문, 동인지 등 발표된 작품들

서귀포신문 문필봉 게재. 2022.10.6

지도에도 없는 길 2022. 10. 14. 20:46

앉으나 서나 돈은 같니더

  • 기자명 서귀포신문 
  •  입력 2022.10.06 14:03
 

문필봉 (7) _ 서정문 수필가

서정문 수필가 

안동시가 예비 문화도시가 되어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모디 684가 그 활동의 중심이 되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추진 분과별로 활동성과 발표회를 하는데 두어 번 참가하였다. 먼저 문화도시가 된 서귀포의 관련되는 분을 초청하여 과거에 했던 준비사항을 들어보기도 하였다.

그중의 한 활동으로 친절 안동 실천 하기 행사를 안동역에서 실시하였다. 안동을 찾는 사람들과 안동 사람들에게 친절한 안동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부각해 주기 위함이었다. 역사 앞에 휘장을 두르고 서서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환영의 말과 함께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다.

얼마 전, 고향은 안동이 아니지만, 직장이 여기라 이십 년을 안동에서 살아온 사람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식사를 하는 중에 안동 사람들의 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그가 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여러 사람들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동사람의 단면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 부부가 어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물품이 진열된 가게를 들어갔다. 여기저기를 한참 둘러보았는데, 소파에 앉아 있는 주인인 듯한 사람은 계속 신문만 펼쳐보고 있었다. 손님이 왔는데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부부는 다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드디어 남편이 그 사람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사람이 왔는데 아는 척 좀 하소

그러자 주인인 듯한 사람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앉으나 서나 돈은 같니더

손님이 와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친절하게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말거나 손님이 물건을 살 때 가격은 똑같다는 말이다. 필요한 사람은 사고, 필요 없는 사람은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귀포에 한 5년을 살다가 안동에 오니 두 도시가 비슷한 것이 여럿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동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떠났다가 이제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안동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게 많다.

텃세가 좀 있는 것도 그렇고, 고집스러운 성격의 사람이 좀 많다는 것도 그런 것 같다. 혈연과 씨족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도 어쩌면 유사한 것 같다. 안동보다 서귀포는 관광객이 더 많아 외부 사람들에 대한 친절도는 더 좋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나치게 관광객이 몰리는 식당에 대해서는 그리 좋게 생각하는 것도 아닌 듯했다. 관광객이 많이 가는 식당과 토박이가 잘 가는 식당도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투 자체가 투박한 것도 어쩌면 닮았다. 제대로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알아듣기 어려운 것이 많았다. 서귀포는 바닷바람이 강한 바다에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말을 크게, 그리고 강하게 해야 서로 잘 알아들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서귀포 사람들끼리 서로 사투리로 이야기하면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얼마 전, 한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했을 때 고등학교까지 안동에서 다닌 자신도 처음 들어보는 사투리가 많았고, 오래 들어보지 못한 사투리를 새로 듣기도 했다.

어떤 가게를 가거나 식당을 갔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걸 여러 번 느낀다. 하기야 서울이나 다른 도시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손님에게 먼저 인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안동을 떠나 살다가 이제야 고향에 온 내가 적응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친절하고 먼저 인사하는 안동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구수한 사투리로 하면 어떤가. 더 정감이 가는 말이 아니겠는가.

어떤 식당을 갔다 오면서 그런 말을 중얼거려보기도 했다.

안동에서 아주 친절하게 장사를 한다면 정말 대박이 날 텐데.”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 사람들도 친절하고 인사 잘하는 가게, 그런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부터 변화한다면, 조금씩이나마 더 좋은 도시, 더 상냥한 지역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서귀포신문 sgp199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