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어딜 가지 말라
문상금의 마음시 감상(56)
나무에게
서 정 문
미덥지 못한 너에게 말한다
꼭 자릴 지키고 마음대로 어딜 가지 말라고
달빛이 너무 교교한 날
어둠이 너무 짙어
아무도 본 적 없다고 하여
미덥지 못해 다시 확인해본다
어디 가더라도 쉬이 돌아오너라
함부로 잎 떨어뜨리지 말고
아무 곳에서나 그늘 만들지 말고
더더구나 말라서 죽지는 말고
사진=pixabay.com
<마음시 감상>
시인 문 상 금
나무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고 있다. 애정과 관심은 늘 걱정과 애틋함이 뒤따른다,
적막(寂寞)할 때면, 이중섭거리로 가곤 했다, 어디에 숨어 있었던가, 늘 반갑게, 톡 튀어나왔던 ‘희야’, 부자유스러운 손과 어눌한 말투 너머로, ‘밥 먹언?’ ‘밥 먹언?’ 하고 한참을 웃어주던 ‘희야’, 헤어질 때면 ‘차 조심해!’ 또 한참을 손 흔들어 주었던 ‘희야’
마치 큼지막한 흰 손수건이 나부끼듯, 따뜻한 불씨 한 톨로,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다, 아마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매일 해주었던 말을 또 누군가에게 해주었을 것이다.
마음대로 어딜 가지 말고 꼭 자릴 지키라고, 쉬이 돌아오고, 함부로 잎 떨어뜨리지 말고, 아무 곳에나 그늘 만들지 말고, 더더구나 말라서 죽지는 말고.
결국 따뜻함이다, 작은 온기(溫氣)가 이 세상을 지킨다.
서귀포신문(문상금)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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