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다

김서령, 떠나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18. 10. 7. 21:27




김서령. 그녀가 세상을 떠나다.

똑똑하였고, 글을 잘 썼고, 고등학교 때부터 백일장에서 자주 만났고....아, 그녀가 경북대학교 국문과에 다닐 때 였지. 대구에 예비고사를 보러 갔을 때, 그녀가 저녁에 숙소로 찾아와 밥을 사 주었다. 단체로 여관을 잡아 시험을 보러 갔던 때 였다. 고등학교 때는 '맥향'이란 문학동인에서 함께 활동을 하기도 했지.

영호루에서 열린 육사추모 백일장에서 자주 만났고, 나도 산문을 쓰고 그녀도 산문을 쓰고.

내가 장원을 하기도 하고, 그녀가 장원을 하기도 하고.

나 보다 2년 선배였지.

그런 인연의 그녀. 참 고마운 건. 내가 육사를 다닐 때, 참 자주 편지를 보내주었지.

생도 생활 가운데 고달프고 어려운 시절. 힘이 되는 편지를 보내주었지.

수필가로서 책을 몇 권 내고, 열심히 삶을 살았는데.

오래 살면 더 좋은 글을 많이 썼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다시 간간히 연락이 되다가 서초구청에서 근무할 때 두어 번 윤규와 같이 밥을 먹고,

그러다가 구청을 그만 두고 나서야 그녀가 진한 진보라는 것을 알았지.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도 그런 성향을 알지 못했는데.

육사에 다닐 때, 내가 교지 편집을 하면서 원고 청탁을 하여 '포대령'이란 글을 보내주어 교지에 실었지.

그런 답이었을까.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근무할 때 우리 부부에 대한 글을 한 번 신문에 실어주었지.

참 담백하고 단아하게 생을 살다간 것으로 기억되는 사람.

향토색 짙은 글을 잘 써서, 특색있는 안동 양반가의 사람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사람은 그렇게 떠나가는구나.

건강한 일면 속 어딘가에 말 못할 고민들이 많았던가.

그의 등단 수필에 나왔던 이야기는 그녀의 고민 한 가지를 이해할 듯도 하다.

이제 그녀는 가고, 남은 것은 글들 이겠지.

삼가 그녀, 김서령의 명복을 빈다.


어쩌면 이 생에서는 늘 외롭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을 찾았던 듯도 한데, 저 세상에서는 저 섬처럼 외롭게 서 있더라도 지나가는 숱한 배를 구경하면서 너무 외롭지 말기를 기대한다. 임하의 그 솔 숲, 그 아름다운 추억은 늘 살아서 그 고향마을 언저리 어디 쯤에 평안한 마음 내려 놓기를



* 2019.4.24일 삼매봉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다. 김서령의 유고작품집 '외로울 때 배추적을 먹었다'를. 안동 임하의 집에서 일어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썼다. 안동사투리를 구수하게 엮어둔 글들이다. 임하의 추억들이 다양한 음식이야기로 버무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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