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수상작
제목:중국과 나의 인연
이병우
전북지방중소기업청 수출전문위원
중국으로 떠나던 날은 2007년의 가을이 짙어가던 날이었다. 10여 년 전에 우연히 알게된 중국 친구 초청을 받아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중국 무한으로 무작정 갔다. 무한은 중국의 유명한 3대 화로(火爐)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여름이 되면 찌는 듯한 더위와 습기는 말로 형용이 어려웠다. 덕분에 한 여름에도 모기가 없었다. 겨울엔 북쪽의 추위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추웠다. 날씨가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도 정부 정책으로 겨울철 난방을 할 수 없는 도시라 찬 공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아파트에서 밤새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낯선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힘든 일이 많았다. 잃어버린 아내의 반지를 찾으러 아파트 경비실에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난데없이 경찰서에 통역도 없이 끌려가 아침 점심을 쫄쫄 굶어가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아파트 주인아줌마의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 요구에 항의도 못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던 때도 있었다. 동네 상점 아저씨가 물건 값이 “이위안(一元·1위안)”이라고 하면 한국식으로 “2원”을 내곤 했다.
중국에서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부부의 중국어 공부에 우선 매진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아침의 산책길에서도 중국어 교과서는 필수였다. 외우면 다음 날 아침에 다 잊어버리는 중년의 나이지만 하늘을 감동시키는 노력과 정성이 있으면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우공이 태산을 옮겼다는 고사를 되새기며 공부한 끝에 1년만에 거침 없이 중국어를 말하게 됐다. 중국 천지 사방을 겁도 없이 돌아다녔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매화원에 맨 먼저 달려가서 활짝 핀 매화를 보고, 조금 더 날씨가 풀리면 형주로 가는 버스에 올라앉아 그야말로 산천초목을 뒤덮고 있는 유채꽃의 향연을 보기도 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중국어 실력이 생겼다. 새벽에 일어나 중국에 대한 내 생각을 한자로 적어 내려가기도 했다. 천천히 흘러가는 중국인들의 삶도 배워갔다.
중국인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장점이 있었다. 남에게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는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내가 겪어 본 중국인들은 이런 면에서 모두 같았다. 더구나 자기를 찾아온 손님에게 베푸는 중국 사람들의 접대와 친절은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인간관계를 먼저하고 사업은 나중에 한다는 오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중국을 대할 때면 더 큰 예우를 받곤 했다. 중국인들은 반드시 무엇을 얻어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인간관계를 쌓지 않았다.
내가 중국을 배우는 동안 무한(武漢)시는 빠르게 변해갔다. 매일 치솟는 고층 빌딩은 물론이고, 처음 중국에 왔을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지하철이 시내를 관통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고속열차는 베이징과 광저우를 숨가쁘게 오가고 있었고 고작 군용기 몇 대가 있었던 공항은 ‘국제공항’이라 쓰여진 간판을 올렸다. 동시에 사업의 기회를 찾아 이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인과 마찰을 겪고 중국에서의 사업을 철수하거나, 중국인들과 손잡으려는 시도를 실패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사실 우리는 중국의 커다란 시장을 목표로 하면서도 중국어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중국 문화도 찬찬히 살펴보지 않고 무작정 덤비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과 친구도 되기 전에 급하게 손부터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인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수천 년 동안 수백가지 병법을 익혀온 고수들이다. 부처와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인간의 삶을 자연과 하늘의 뜻으로 헤아릴 수 있었던 문명이 중국의 문명이다. 쉽게 봐서도 안 되고 쉽게 볼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살을 깎는 노력으로 중국을 이해하고 이들과 친구가 되지 않는다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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