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반에 공부를 한 서담 선생님 동시가 은상이 되었다.
그리고 수필 부문에서 금상을 차지한 작품을 감상해본다.
일반부 : 11명
훈격 |
성명 |
장르 |
제 목 |
비고 |
대상(1) |
윤은혜 |
소설 |
몽중백서 무궁화 본기 |
|
금상(2) |
김강인 |
시 |
무궁화 편의점 |
|
황단아 |
수필 |
천지인의 꽃 |
||
은상(3) |
박서빈 |
동화 |
무궁화 궁전 |
|
이정은 |
시조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
서 담 |
동시 |
꽃으로 그린 지도 |
||
동상(5) |
박은숙 |
동화 |
무궁화를 심을래요 |
|
정광식 |
수필 |
이라크에 핀 무궁화 |
||
조영기 |
시 |
무궁화 꽃 |
||
우은선 |
소설 |
감자꽃밭의 무궁화 |
||
조경화 |
시 |
우리는 |
천지인의 꽃/황윤자
-무궁화문학상 금상-
아름다움은 시작보다 마무리에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대공원으로 갔다. 무릉도원에 초대받은 듯 저녁노을에 비친 꽃들의 잔치에 눈이 호사를 누렸다. 향기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걸었다. 그때, 무색무취무념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은은한 색. 향기 없는 꽃. 생각의 멈춤. 해가 떨어졌다. 꽃잎도 떨어진다. 5장의 꽃잎이 한 방향을 향해 제 몸을 도르르 말고 있었다. 마치 정숙한 한 여인의 일부종사처럼.
수난을 당하는 것은 절개가 있는 것들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열녀가 그러하고, 열사가 그러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만물이 그러함을 느낄 때는 입에서 아, 소리가 난다. 무.궁.화. 한때 엄청난 수난을 겪고서도 그 뿌리를 지켜온 꽃이다. 전국적으로 무궁화 씨 말리기 작전에 들어갔던 일제강점기에는 무궁화를 자르고, 뽑고, 불태우기까지 했다. 무궁화를 우리 민족으로 동일시했던 일본의 말살정책에 수난을 당하기는 꽃도 사람도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을 하자 눈 뿌리가 뜨거워진다. 그들은 우리의 무엇이 그리 두려워서 종자까지 말리려 했을까?
무궁화는 천년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생명을 키워왔다. 오랜 역사, 질긴 생명, 굳은 절개는 세계 어느 민족에도 빗댈 수 없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혼을 담아 핀 꽃이다. 또, 무궁화는 천지인삼재와 음양오행의 형상을 갖춘꽃이다. 원줄기부터 끝까지 한마디에 세 갈래씩 갈라져 나가는 천지인 꽃이다. 그리고 다섯 갈래로 갈라진 잎사귀와 다섯 장인 꽃잎은 목화토금수의 오행을 나타낸다.
천지인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말한다. 하늘에 이치를 알고, 땅의 기운을 알고, 마지막에 사람이 땅의 이치 속에 조화를 이룬다. 음양오행은 만물이 시작되는 근원이다. 무궁화 다섯 개의 꽃잎은 음양오행의 목화토금수에 잘 어울린다.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순환하며 돌아간다. 화는 여름, 수는 겨울, 목은 봄, 금은 가을, 토는 사계절을 아우른다. 오행은 상생의 순서로 단계를 넘어선다. 천지인과 음양오행의 이치를 따라 사는 우리 민족을 일본은 어떤 방법으로든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무궁화는 붉은 화심을 가졌다. 흰색이든 붉은색이든 보라색이든 가장자리 깊은 곳은 붉다. 가운데가 붉고 가장자리가 흰 것은 빛의 음양을 나타내며 하늘 님의 자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특징 중에 하나가 열정적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무궁화의 붉은 화심이 우리 민족성을 대변하는 일을 어찌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무궁화는 빛의 상징이다. 태양과 함께 나고 태양과 함께 떠나는 꽃이다. 며칠 동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흔들어 놓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꽃은 아니요, 100일 동안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사람을 위로하고 다독인 다음 마무리를 잘 하는 꽃이다. 해를 보며 마음을 열고, 달을 보며 수줍어 할 줄 아는 꽃이다. 펼 줄도 알고 오므릴 줄도 알며, 와야 할 때를 알고 가야할 때를 아는 꽃이다. 아침을 어떻게 맞고 저녁을 어떻게 갈무리해야 하는지를 아는 꽃이다. 한여름 아무리 뜨거운 볕에도 결코 찡그리는 낯없이 살다가 저녁이면 조용하고도 깔끔하게 자신을 정리하는 빛의 꽃이다.
빛이 아름다운 것은 남을 비추기 때문이다. 빛 같은 사람, 빛 같은 꽃, 나는 무궁화를 보면서 홀연 내 삶을 돌아보았다. 오십 년이 넘는 삶 중에 아주 어린 시절을 빼고는 여명과 함께 시작하여 달빛과 동무하는 나날을 보냈다. 열심히 살아온 증거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지친 삶이었다는 말이 먼저 튀어 나온다. 일을 하다보면 해가 등짝을 타고 앉았고, 땀을 닦다보면 달이 내 어깨를 만졌다. 하루의 시작은 있었지만 마무리는 없이 지쳐 잠이 들었다.
최근 들어 나는 새로운 삶을 산다. 오늘을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매일 매일을 살고 있다. 태양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한다. 남들은 나더러 쉴 나이라고 하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내 일을 할 것이다. 일이 있다는 것은 무궁화가 한낮의 태양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면서도 활짝 웃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저녁이면 무궁화처럼 나는 나를 정갈하게 정리한다.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내 몸을 깨끗이 씻고, 하루를 글쓰기로 마무리 한다. 오늘 밤 내가 달빛을 따라 먼 여행을 떠나 내일 아침 태양을 맞이할 수 없어도 결코 서럽거나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될 하루를 마감한다. 열정의 하루는 곧 열녀의 하루, 열사의 하루라고 말하며 매일 밤, 눈을 감는다.
내 삶에 꽃받침이 되었던 어린 시절, 결코 부유하지 못했으나 나는 나만의 은은한 꽃잎을 피울 수 있었다. 그 색이 화려하고 향기가 진하지 않아도 나는 수술의 프러포즈를 받아 암술의 역할을 다하고 두 개의 열매를 맺었다. 내 인생이 꽃받침·꽃잎·암술·수술을 완전히 갖추기까지 5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무궁화가 긴 수난의 세월을 겪고 지금처럼 우리의 편안한 꽃이 된 것처럼.
무궁화는 하루에 20송이부터 50송이까지 꽃을 피운다. 많은 진딧물에도 견디고, 수많은 고초도 이겨내며 꽃보다 사람 같은 무궁화를 보며 내 줄기에도 대를 이어 많은 꽃이 피어주기를 기도한다. 자식이 재산이라 하듯 나라의 재산은 국민이다. 무궁화를 보며 새삼 이런 바람까지 생기는 것을 보면 나도 이 땅에 완전히 뿌리를 내린 무궁화 같은 사람이 되었나보다.
대공원에 어둠이 내리고 무궁화는 몸을 만다. 내일의 환한 꽃을 위하여.
'문학의 향기 > 백일장 혹은 공모 소식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수필대전 최종당선작 (0) | 2014.09.24 |
---|---|
2014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팸투어 일정 (0) | 2014.09.24 |
[스크랩] 안산문인협회입니다. 자유게시판 사용이 안되서 여기에 올렸습니다. (0) | 2014.09.14 |
보훈처 공모 소식 (0) | 2014.09.12 |
[스크랩] 제5회 글벗문학상 공모 (0) | 201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