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과 담쟁이덩굴
연이 피어나면 담쟁이덩굴도 덩달아 뻗어나가는가
연은 꽃을 피우지만
담쟁이덩굴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
꽃을 피우지 못해서 묵묵히 앞으로만 걸어가는가
뒤돌아 보라해도 돌아보지 않는다
가장 헐벗고 낡은 자리
보이고 싶지 않는 자리마다
덩굴을 뻗는다
연은 고인 물에서도 잘 자라고
꽃도 피운다
썩어가는 물을 되새김질 하여
물의 사명을 다하는것을 돕는다
물도 어디로 흘러가고 싶지 않겠는가
흘러갈 자리를 만들어주고
흘러갈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인간의 몫이거늘
가두어두고 바라보는 사이 물은 고이게 된다
그 고인 자리를 빛나게 하는 것이 바로 연이다
그 무너진 담장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 바로 담쟁이덩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