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넝쿨처럼 낡은 벽보가 되어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2. 26. 09:52

 

 

 

 

 

 

넝쿨처럼 낡은 벽보가 되어

 

 

바람이 매울수록 어깨를 당겨본다

날이 추울수록 팔을 뻗어본다

서로 멀지 않는 곳

저리 엉키고 설킨

마른 줄기

지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가을부터 드러난 비밀들이

겨울내내 대자보처럼 벽에 나부낀다

무수한 깃발이 되어 벽에서 펄럭인다

촘촘하게 박아둔 비밀 결사들이 힘없이 풀리는

마른 바람의 날

철지난 벽보처럼

먼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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