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휴게소의 매운탕 맛
전선휴게소는 전선 가까이 있었다
금강산 가던 철교가 멈춘 강 옆
녹슬어버린 기적 소리가 멈춘 자리
작은 휴게소 하나 서 있다
문을 열때마다 전선 예배당 종소리가 밀려 들어오고
철교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바위를 돌아서며 절로 흐느끼는데
멀지 않는 망루에 선 김일병
굽어보는 북족 하늘과 먼 들판
전선휴게소는 그 자리 가까이 있었다
철새들이 철교 위로 지나 북으로 남으로 저리 날아가고
먼 고성 부근에서 온 초등학생마저
신기하게 지난 전쟁의 상흔을 쓰다듬어보는데
막아선 녹슨 철조망 앞
끊어진 철길 위에 수북한 낙엽
지뢰표지 철조망 너머로 어지럽게 기어가는 덩굴 손이여
전선휴게소는 전선 가까이 있다
수줍은 여사장님은 이른 연탄불을 피우고
길손에세 따스한 커피 한 잔을 건넨다
베트남 예쁜 새댁은 수줍은 듯 인사를 한다
에전에는 베트남도 남으로 북으로 선을 긋고 살았는데
그 새댁 전선 가까이에서 살지만
그 한국의 아픈 상흔을 짐작하고 있을까
전선휴게소에서 전선의 녹슨 흔적을
가슴으로 느껴보다
박세직 오래전 사단장이 이 휴게소에 건네고 간 선물이란다
강원도에서 우수업소로 칭찬을 들었단다
여기서 잡힌 물고기로 손님이 오는 낮에만 매운탕을 판다
수줍은 사장님. 정연리에 살면서 여기를 오가고 있단다
자꾸 추워지는 날씨지만 전선을 화끈하게 데워 줄 매운탕
얼큰한 그 맛으로 올 겨울을 화끈하게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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