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는 길
봄은 오솔길로 온다
사람들이 언 땅을 지나
무수한 발자국에 묻혀오는 보푸라기를 따라
땅이 기지개를 켤때쯤 온다
보풀보풀한 흙들이
나무의 발을 간지럽히며
꽃 잎을 다시 기억해내도록
밤새 이야기를 도란거릴때 온다
나이든 소나무가 기다리고 선
옛 왕릉같은 곳에 가면
하루쯤 먼저 봄을 만날 수 있다
양지바른 곳에 선 산수유
그 옛날 임금님이 오신다고
햇살 따순 남향으로 나무를 심었는지
며칠 앞서서 노란 망울이 맺힌다
산수유도 지금쯤
오솔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에 오래 귀를 기울인다
곧 봄이 온다는 것을
온 몸으로 감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