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전통의 향기

밭가는 노인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 3. 23:42

 

 

 

 

강원도 화천을 지나 북쪽으로 들어가면서

두 마리 소가 쟁기를 끌며

바위같은 돌들이 있는 비탈밭을

갈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산자락은 풀밭으로 덮히고

밭에도 온통 풀들인데

갈아 엎은 밭고랑은 여전히 풀들이 누워있는데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가면서 밭을 가시는 할아버지

 

두 마리의 소는 비틸길을 발 맞추어 걷는다

목을 뺴고 걸어가면서

묵묵히 발을 딛는다

한참을 서서 지켜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는 여전히 밭 가장자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선다

 

할아버지의 줄을 잡은 손끝에서 소의 방향이 정해진다

그러나 소는 안다

저기 저 가장자리까지 가면

할아버지가 줄을 당기지 않아도

절로 돌아서야 한다는 것을

할아버지 손 끝의 힘을 그저 느끼는 척

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이끌리는 척

그러면서 절로 발 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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