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철길이 있는 마을이 제 고향입니다
어린시절에는 저 철뚝 안쪽에 살았고
지금은 빈 집터
그곳에 남은 흔적 자리에 채전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가 말이지요
자주 가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저 철뚝 오른편 마을에서
집뒤 노인정에 가서 동네 어른들과 어울리며
밥도 함께 지어 먹곤 한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저 철길에 귀를 대고 들어보면
기차가 어디쯤에 오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차는 저 앞 긴 굴을 지나고 지금은 짧은 굴 입구에 있는 듯 합니다
귀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지요
철길을 넘어서 시내도 나가고
어린시절
교회당에도 다녔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가면
아 어린시절에는 말이지요
은모래가 가득한 강이 거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으로 가는 갯밭에는 온통 삼베를 만드는 대마밭이었구요
강가에 큰 사각솥을 걸고서 대마를 삶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마는 어른 키보다 커서 그 밭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낮은 강둑에 지천이던 달맞이꽃
강에 등을 대고 잠을 자면
무수한 새벽별들이 강변으로 내리고
그 별들의 소리에 눈이 떠지곤 했습니다
그 강이 저 철뚝의 오른편에 있습니다
오늘도 저녁이면 붉은 노을이 강에도 가득할 겁니다
지금 저 굽이 어디쯤 기차가 온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철길이 먼저 소식을 전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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