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너무 깊어서 겨울이 일찍 와버렸나 보다.
은행잎들이 수북한 주차장에 차 바퀴까지 은행잎들이 쌓여있다.가을의 쓸쓸한 꼬리가 저만치 돌아가고 있는것이 보인다.
올 가을은 여느 해보다 더 스산하다.왜 그런가.사람이 사람을 믿고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따스한 바람벽이 되어준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더 따스한 세상이 되지않을까. 문득 날마다 얼굴을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도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의 섬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섬의 둘레가 얼마나 크고 섬 주변의 바다가 얼마나 깊은 가는 서로가 잘 알지 못한다.
자기만의 울타리를 치고 살면서 간혹 쓸쓸해 한다.파도가 늘 치고 있고 바람이 불고,갈매기가 날아와 소리질러도 어떤때는 들리지 않는다.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저 징검다리같은 의사소통의 길.참으로 멀고도 먼 길이 아닐수 없다.
이 가을이 주는 의미.
섬에 갇혀 살아가면서 섬에 갇혀 사는 것조차 잘 알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고 살아온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깨닫고 방향을 잡아 노를 저어야하는 것을.
아침은 너무 늦게 오고 밤은 너무 일찍 달려온다.이 즈음의 계절이 말이다.
낮에는 창밖으로 눈발이 잠시 날렸다.부스스 잎을 퇴색시킨 아카시아 나무위로 눈발이 푸석푸석 거리며 날아내리고 있는 모습.
천상 겨울이 오는 모습이구나 싶었다.그렇게 겨울이 오는구나.
우리들의 곁으로.그렇게 너무 기다리지 않는데도 말이다.
때로는 먼 길을 돌아갈때도 있다.살아가다보면 그렇게 돌아가는 길이 더 나은 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쓸쓸히 혼자 걸어가야하는 이 길.
겨울의 초입에서 마음과 몸이 으스스 추워지는 밤이다.
비가 또 간간히 뿌린다.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가 사라진다.